서울시, 서초구에 시비 20억 원 긴급지원

송파‧구로‧중구 등 8월 중단 예고…강남구는 ‘돌려막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서초구에서 만 0~2세 무상보육 예산이 7월달 바닥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이에 서울시가 시비 20억 원을 긴급 지원하는 것으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송파‧구로‧중구 등도 내달 중단위기를 예약해 놨다. 이 때문에 도입된 지 반년 만에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 적합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서초구는 그동안 시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가 2위에 해당하는 부자구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예산이 바닥난 것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이를 인식한 듯 지난 5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예산이 바닥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억울한 심경을 내비췄다.

진 구청장은 “용산 등 21개 자치구는 국비가 30%, 시비가 49%, 구비가 21%다. 그런데 서초구는 국비 10%, 시비 27%, 구비가 63%나 부담토록 돼 있기 때문에 평균부담 23%보다는 무려 3배나 더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7년도까지는 서초구민이 낸 세금 100%를 우리 예산으로 편성해서 썼는데 2008년도부터 재산세 공동과세 제도를 도입해서 서초구민이 낸 재산 50%를 서울시가 다 가져간다”며 “50%만 구예산으로 편성하다 보니 금년도에만 하더라도 600억 이상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서초구의 무상보육 대상은 당초 1,665명이었으나 현재 5,113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아직까지 가정양육 아동이 65%인 9,500명 가량이 그대로 남아 있어 향후 무상보육 대상자가 더욱 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는 “서초구가 이런 상황이면 대한민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30개의 지방재정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며 “신규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바닥나길 기다리거나 ‘돌려막기’…

다른 자치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송파구는 198억 원이 부족하다. 무상보육 대상자가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되기 전에는 3,860명이었으나 지금은 8,280명으로 4,420명이나 늘어났다. 구로구는 171억 원, 중구는 9억 원이 모자란다.

임시방편으로 인건비나 수당 등 다른 예산을 끌어오는 이른바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자치구도 눈에 띈다. 강남구도 서초구와 함께 이달 예산 고갈을 맞이할 뻔하다 (둘째 아이를 낳으면 지급하는 영유아 양육수당 예산 26억 원을 전용해) 기사회생했다. 3~5세 보육료나 출산장려금을 전용하는 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시가 자치구에 시비를 지원하는 것도 길어야 8월까지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 만 0~2세 무상보육 소요 예산 8,011억 원 가운데 확보된 예산은 5,506억 원 뿐이라 매달 평균 700억 원씩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9월이면 구비는 물론 국비‧시비까지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난의 화살은 ‘정치권’…새누리당, 공약 이유로 ‘책임전가’

당초 정부 예산안은 소득 하위 70%에 대해서 보육 지원을 하고 이를 점차적으로 늘려나가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가 지난해 말 일방적으로 만 0~2세 무상보육 전면시행을 결정하고 예산안을 수정 통과시켰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새해 예산 편성이 이미 지난해 12월 중 끝난 시점에서 무상보육예산의 20~60%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이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 이런 연유로, 이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비난의 화살은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잘못의 원인이 국회에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특히 새누리당은 지난 4‧11 총선 당시 전면 무상보육을 내년부터 5세까지로 대폭 확대한다는 공약을 걸었기 때문에 더욱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 빨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는데 아직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정부에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뉘앙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지자체들이 정말 재정 여력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 일각에선 지난해까지 적용했던 ‘소득 하위 70%’기준을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아 당분간 무상보육을 둘러싼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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