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가커피 전경

공연업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로 소극장들이 운영 축소와 폐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28일 SNS를 통해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엘가커피. 2013년에 개업한 ‘엘가커피(대학로직영점)’는 그동안 꾸준히 배우 및 관계자, 관객들에게 사랑받아온 곳이다.

엘가커피의 마지막 영업일이었던 28일, 백진욱 대표를 만났다. “저보다 더 힘든 분들도 많은데 드릴 말씀이 뭐가 있을까요”라며 담담하게 말문을 연 백 대표는 대화 도중 결국 눈물을 보였다. 폐업의 이유는 많은 이들의 추측대로 코로나19로 인한 부담 때문이었다.

“대학로는 흔히 말하는 다중 이용시설인데 연극을 사랑하시는 분들도, 가끔 찾아주시는 일반 관객들도 오시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한 백 대표는 “올해 1월 말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메르스처럼 6개월 정도 지나면 정리가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장기화가 돼버렸다. 이 공간에서 버틸만한 여력이 부족해졌다”라고 털어놨다.

정리 중인 엘가커피 내부

폐업 결정만큼, 폐업을 알리는 일도 고민이 많았다. 백 대표는 “여름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사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영업은 이달로 마무리되지만, 다음 달에도 또 나와서 문을 열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라며 “폐업 공지를 붙여야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 내 손으로 붙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엘가커피는 29일 폐업을 공지했다).

이어 “대학로는 특수한 공간이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배우 및 관계자, 주민들, 관객들 모두 하나같이 너무 힘들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고통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도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는 말로 대학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백 대표는 엘가를 찾아주셨던 수많은 손님에게, 붉어진 눈시울로 신중하게 말을 골라 메시지를 전했다. “애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기억해주셔서 무척 감사했고, 이 공간에 대한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백 대표는 “그리고 모두가 지금 보다 더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도 잘 이겨내시고 언제나 마음으로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언젠가 좋은 때가 온다면, 다시 대학로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다시 대학로에서 엘가커피를 만날 날을 기다린다.

저작권자 © 서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