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스포스터 3종 ㅣ 제공 연극열전

개막전부터 김동완∙이동하∙성두섭X이진희∙곽선영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연극 <렁스(LUNGS)>가 지난 5월, <연극열전8>_첫 번째 작품으로 국내 초연의 막을 올렸다. 현실적인 내용과 배우들의 열연, 독특한 구조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렁스>는 특히 지구 환경에 대한 시의성 강한 메시지로,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는 이 시대의 관객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렁스>는 매사에 진지하고 사려 깊게 고민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커플의 사랑, 출산, 미래, 환경 나아가 지구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대화로 이루어진 2인극이다. 작품 속 커플은 재활용을 하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양치할 때 물을 틀어 놓지 않지만, 종종 혹은 자주 비닐봉지를 쓰고, 에어로졸 스프레이를 사용하며, 아보카도와 베이컨을 즐겨먹고, 생수를 사 마시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작품은 그들의 사랑과 인생을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며 좋은 사람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인생 여정을 그린다.

세계 인구가 70억 명이 넘는 이 지구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옳은 것인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평생에 걸쳐 고민하는 커플을 보고 있으면 인생의 모든 순간에 지구 환경이 공존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를 맞은 지금 시대에 이 커플의 고민은 몹시 현실적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지금의 코로나19 현상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경고하지만, 전 세계의 사회, 경제 활동이 멈추면서 지구환경이 개선되는 ‘코로나의 역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의 잘란다르에서 100마일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의 눈 덮인 정상이 수십 년 만에 선명하게 드러난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또 브라질과 인도 해변에서는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자 바다거북이 수십만 마리가 부화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인들은 기뻐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해외 바이러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코로나19가 21세기형 바이러스의 선봉대격으로, 이후에 들이닥칠 수천, 수만 개의 '바이러스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자연 생태계에 대한 무절제한 개발, 인구수 증가로 인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그동안 동물에게만 존재했던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옮겨질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창궐은 산업체 가동 중단과 이동 제한 등으로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선사해 주지만 대기오염 및 이산화탄소 감소는 일시적일 뿐이다. 이 사태가 진정되면 수많은 나라는 경제 회복을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공장을 가동할 것이다. 이는 더욱 심각한 기후 위기 시대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이런 귀한 경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머무르게 하지 않으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경기극복 대책논의와 함께 환경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엔무역 개발회의(UNCTAD)의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9’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각할 정도의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 이를 막기 위해 탈(脫) 탄소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현재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보조에 지출하는 금액의 약 3분의 1인 1조 7000억 달러(약 2000조 원)를 그린 뉴딜 정책에 사용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1억 70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탄소 배출량이 줄면서 기후변화 속도도 늦출 수 있다.”며, 그린 뉴딜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도 막고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도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는 ‘온실가스 탈동조화’를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렁스>는 2011년 워싱턴 초연 이후 10년 가까이 미국,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슬로베니아, 필리핀, 홍콩, 아일랜드 등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고, 의식 있는 소비가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더욱 유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대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지구환경’에 대한 이 커플의 고민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의성 강한 메시지와 장대한 시간에 걸친 고민을 무대장치, 조명, 의상 등 미장센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한 채 두 배우가 주고받는 연기와 감정, 호흡으로 일생에 걸친 희로애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내는 독특한 방식의 연극 <렁스>에는 배우 김동완, 이동하, 성두섭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왔지만, 상대에 대한 이해와 위로에 서툴러 긴 시간을 돌아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남자’로 이진희, 곽선영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인생의 거대한 순간조차 갈등하고 부딪히며 성장하는 ‘여자’로 출연한다. <연극열전8>_첫 번째 작품 <렁스>는 7월 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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