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너의 서른에는 무엇을 보았니

김주옥
 

그날 신작로엔 모래먼지가 뒤덮였다
꽃신을 들고
모래를 담고
노래 부르던 고운 생살의 작은 입술

단 삼 년 두 손 짚고 뛰놀았지
집채만 한 덤프가 너를 삼켜버린 날
네 인생의 강물은
핏물로 흐르고 흘러 황하가 되었지
짜디짠 사해가 되어
생의 표면 위에 둥둥 북을 울렸지

성치 않은 두 발로
너의 동굴 속에 갇혀
얼마나 어둠을 사랑하려 했는지
지금은 해가 된 동생 아가야

밑그림 잘못 그려 덧칠한 화폭 위에
화석이 된 단단한 웃음
팔을 먼저 하늘로 보내고
마음 깊어진 별

오늘은 서른, 설움의 흔적 지우려
검은 초콜릿 케이크 위에
별똥이 흐르고
칠흑보다 진한 눈물의
반생을 잘라 먹는다

[작가설명]
1997년 ‘한국시’ 신인상 수상
저서 ‘아가야, 너의 서른에는 무엇을 보았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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