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열전> 제공

수많은 작품에 쉬지 않고 도전해 온 이석준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로의 ‘소’다. 전작 <라스트 세션>이 끝난 뒤 곧바로 <아들>을 시작했고, 차기작인 <세자전>도 연습이 한창이다. 그만큼 프로페셔널하고, 작품 간 ‘스위치’도 확실하게 넣었다 끌 수 있는 배우다. 하지만 <아들>은 그런 그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석준은 “이 작품이 끝나면 한동안 많이 아플 것 같다. 아마 몸과 영혼이 다 아플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이틀 정도는 꼭 호되게 앓는다는 그는 “이 작품은 평소보다 좀 더 아플 것 같다. 느낌이 온다. 한 달 지났는데 벌써 아프기 시작했다”며 장난치듯 웃었다. “사실 차기작인 <세자전>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하기 어려운 이유도 내가 아직 <아들>에 너무 잠겨 있어서”라고 말한 이석준은 “지금은 정말 활자 하나 보기가 싫다. 같이 연습하는 후배들도 날 보며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진심인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아들>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강하다. 이석준은 ‘이 극을 꼭 봐달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짚어달라는 질문에 “세상 사람들 전부 다 보셨으면 좋겠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호불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작품은 우리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장치다. 지금은 전체가 우울감에 잠겨있고 인터넷 등을 통해 타인 앞에 내세우는 인격과 숨어있는 자신의 진짜 인격으로 나뉘어 살면서 점점 더 우울해진다”며 “이럴 때일수록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장치가 있다”고 손가락을 꼽았다.

▲ <연극열전> 제공

“하나는 같은 공간에서 무언가를 같이 보고 느끼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서로 공감을 나누며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는 아픔을 드러내는 이런 작품을 보고, 작품이 말하는 대로 직시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아들>에선 어른과 아이가 주인공이고 우울증이라는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극이 정말로 하고 싶은 얘기는 ‘소통’”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 이석준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그는 “우리가 연습을 마무리할 때 공통적으로 했던 얘기가 있다. 이 극의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을 이은 뒤 “요즘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당신의 최선이 나의 최선이 될 수는 없다’, ‘당신의 최선을 내게 강요하지 마라’…. 하지만 상대방의 최선을 무가치하게 끌어내릴 이유는 없다. 서로가 최선을 다한다는 걸 인정하는 게 이해다. 공감은 그 뒤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극 <아들>은 오는 11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김희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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