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열전> 제공

이석준은 대학로에서 소문난 ‘아들 부자’로 통한다. <킬 미 나우>, <킬롤로지>, <아들> 등을 거치며 ‘아버지 전문 배우’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여러 아들을 둔(?) 이석준은 “원래 이 나이 되면 다 아버지 역할을 하기 마련이고, 책임있는 어른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내가 ‘아버지 전문 배우’가 된 유일한 이유는 내 나이대 배우들이 다 없어져서 그렇다”고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그는 “방송에서 좋은 역할 맡아서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배가 안 아픈데, 무대에서 좋은 역할을 내 또래 배우가 하면 배가 심하게 아프다. 이게 문제인 것 같다. 나는 망했다”고 농담을 던지곤 “덕분에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을 손에 쥐게 돼 영광”이라며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 이석준이 본 두 ‘아들’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이석준은 “본질은 다르지 않고 스타일이 다른 것뿐이다. 그런데 이 인물이 갖고 있는 감정적, 정신적 폐해에 대해 같이 언급하고 얘기 나누고 공유를 하는 과정에서,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두 배우의 결과물이 달라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매번 똑같은 공연을 하면서 겪는 매너리즘을 두 아들이 해소시켜준다. 젊다보니까 공연이 계속 발전하고 점점 좋아진다. 충격을 받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석준은 두 아들 중 이주승과 2018년 연극열전7 <킬롤로지>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그는 “(이)주승 씨는 연극을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다.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고, 내가 봤을 땐 영화에서도 굉장히 본능적인 연기를 하던 친구다. 묘한 슬픔과 공포감이 공존해있는 이미지가 니콜라와 잘 맞지만 테크니컬한 부분은 아직 거칠어서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맞춤옷 같다. 처음부터 느낌이 그랬고, 그 친구의 화술에서 살짝 무너지는 부분도 니콜라 같았다. 연습할 때도 감정이 직접적으로 치고 들어와서 ‘뭐지?’ 싶을 정도로 동물적인 게 있었다”고 말한 이석준은 “이걸 연결시켜서 두 시간 동안 끌고 나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조각조각 나있었던 게 어느 순간부터 붙기 시작했다. 본인 스스로가 이 인물로서 끝까지 갈 수 있는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 것 같더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연극열전> 제공

이어 강승호에 대해선 “워낙 테크닉이 좋은 친구다. 공연 뮤지컬 계에서 워낙 잘 ‘굴러먹던’(웃음) 친구라 능글능글한 게 있다”고 말문을 연 뒤 “이 인물을 본인이 너무 사랑해서 잘 표현하고 싶은 거다. 테크닉을 살려서 인물 외적인 표현을 굉장히 잘하는데, 니콜라는 실제로 내면적인 인물이다 보니 드러나는 것보다 숨겨야 하는 게 훨씬 많다. 야구에서 투수들 공 던질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속도가 안 나오는 것처럼 힘이 들어가 있더라. ‘좋은데 힘 좀 빼고 하자’ 그랬는데 어느날 갑자기 힘이 확 빠졌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그렇게 되면서 갖고 있는 테크닉을 안쪽으로 훅 가지고 들어가니까 굉장히 좋아졌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많이 칭찬했던 것 같다”고 말한 이석준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색깔인데 밸런스가 굉장히 좋다”며 진짜 ‘아버지’같은 미소를 지었다.

김희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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