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화가 중 가장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 ‘만드는 작품마다 화제’, ‘남미의 피카소’,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과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보테로>가 오는 24일 개봉된다. 영화 <보테로>는 콜롬비아의 가난한 시골 소년이었던 그가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는 과정과 함께 독자적인 ‘보테로 스타일’을 창조하기까지 그의 작품 활동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보테로는 흔히 사람을 뚱뚱하게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훨씬 깊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풍성한 꽃다발을 담은 ‘꽃 연작’에서도 보테로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페르난도 보테로 전’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애정을 표했던 이 작품은 각각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그려진 꽃들이 한데 모여 고유의 빛깔을 뿜어낸다. 이는 보테로가 오랜 연구 끝에 터득한 화법으로, 파란색 중에서도 옅은 파랑, 진한 파랑 등 미묘한 차이를 포착하여 캔버스에 구현해낸 과정과 작품들을 영화 <보테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테로는 알려진 바와 같이 벨라스케스, 루벤스, 고야, 다빈치 등 미술계 거장들의 명화들을 보테로 스타일로 새로이 탄생시켜 또 다른 명작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거장들을 향한 오마주이기도 한 그의 명작들은 특유의 풍만함이 강조된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해 보테로는 “내 스타일의 목적은 규모를 키우는데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형태의 관능성과 풍만함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보테로 스타일로 재탄생한 명작 중 대표는 <모나리자>(1978)라고 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1503)의 미소를 머금은 보테로의 모나리자는 마치 바람을 불어넣은 듯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어 화제를 모았다. 원작이 지닌 신비로움에 풍만한 볼륨감이 더해지니 친근감은 물론 유머도 느껴진다. 전세계 주요 지역 6곳에 작업실을 두고 끊임없이 작업 활동을 이어가며 40여개국에서 100회 이상의 대규모 전시를 진행한 페르난도 보테로는 ‘콜롬비아의 국민 영웅’으로 여겨질 만큼 수많은 업적을 남기고 있는 화가이자 조각가다.

남미 특유의 다채로운 색감과 풍만함, 유머를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단 한 점만 보아도 그 매력에 빠지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며 팬이 되곤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 첫 전시회(‘페르난도 보테로 展’, 덕수궁 미술관)에서 약 22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수차례 그의 전시회가 개최되었고, 콜롬비아의 ‘보테로 박물관’은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가 되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스타일이 확고하고 쉽게 와닿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를 보면 사랑하는 아들 페드리토를 일찍 보낸 슬픔을 그림을 통해 이겨내고 승화시킨 스토리, 조국인 콜롬비아 사태를보고 작품을 통해 전 세게에 메시지를 전달한 과정도 그려진다. 또한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렸듯이 보테로는 미군의 중동포로학대를 보고 ‘아부그라이브’ 시리즈를 만든다. 사랑하는 조국 콜롬비아에 미술관 두곳을 만든 그가 영화의 마직막 장면에 하는 말은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다. 그림을 그리려고 산다.”이다.

저작권자 © 서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