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 회장 목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새해 들어 보수단체 집회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려던 경찰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군다나 전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범투본)의 청와대 앞 집회마저 법원이 허락하면서 태극기 부대의 광화문 일대 집회·시위는 갈수록 불어날 조짐이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경찰이 신청한 전 목사의 구속영장에 대해 "집회의 진행 경과와 방법, 범죄 혐의 관련 지시와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난 2일 기각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개천절 집회 당시 전 목사가 폭력 집회를 주도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범투본의 과격 집회가 불법성을 띄었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전 목사는 기다리던 신도들과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폭력을 행사한 사람을 나한테 데려와보라.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없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지금 다 해체되기 직전인데 이 일을 제가 안 하면 누가 하겠나"며 "(구속영장 기각으로) 제가 애국운동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집회는) 당연히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가 구속을 피하면서 보수단체 집회에 강경 대응하려던 경찰의 기조도 한풀 꺾이게 됐다. 지난해 12월 23일 경찰은 범투본이 3개월째 열고 있는 청와대 앞 집회를 지난 4일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청와대 앞 범투본 집회에 주간·야간 모두 금지 통고할 계획"이라며 "1월4일 이후 집회는 개최 자체가 불법이 된다"고 밝혔다. 해당 장소에서 집회를 열면 미신고 집회로 간주해 강제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취지였다.

여기에 청와대 인근뿐만 아니라 국회와 광화문 일대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서도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예외없이 사법 처리하겠다"며 엄정한 수사를 예고했다. 전 목사의 구속영장을 전격적으로 신청한 배경도 경찰의 이같은 기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영장 기각으로 수사 동력은 사실상 떨어지게 될 상황에 놓였다. 경찰 안에서는 전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중이지만, 보수단체 반발과 영장이 재차 꺾일 경우 몰고올 후폭풍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적다는 분위기가 크다.

아울러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투본 집회의 방법과 모습에 불법적인 성격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데다 전 목사의 개입 정도 역시 크지 않다고 본 부분도 경찰이 강경 수사에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범투본은 영장 기각을 계기로 세결집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경찰이 금지하겠다고 밝힌 청와대 앞 집회도 지난해 12월 31일 서울행정법원이 "밤 10시까지는 집회를 해도 된다"며 범투본의 손을 일부 들어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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