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치신문
문학
상금안경란
서울자치신문  |  webmaster@onseou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1.05  15:47:4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회사에서 우수 사원 격려금으로 30만원을 받았다. 나는 바라거나 희망하는 것, 이상으로 생긴 이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전액 내 자신을 위해 쓰기로 했다. 우선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 쇼핑 매장에 접속하여 맘에 드는 옷이랑 가방 등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쇼핑에서 오는 만족감이랄까,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지수 또한 높아져 마음에 여유까지 생겼다. 이번 상금은 금년 들어 두 번째로 받은 돈이다. 3개월 전에도 똑 같은 금액을 받았지만 그때는 아들, 딸 그리고 남편 옷을 사는데 쓰다 보니 내 자신에게는 양말조차 구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맘 먹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쓰기로 한 것이다.

일을 마치고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생각하면서 신나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시댁에서 연락이 왔다. 손주가 보고 싶으니 주말에 놀러오라는 아버님의 전화였다. 주말에는 인터넷으로 구매한 물건을 집에서 받아 볼 수 있겠다는 선 기대감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엉겁결에 ‘네’ 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내가 기대하던 일을 미루면서까지 아버님 부름에 쉽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다른 사람의 제안에 아니요 라고 말을 못하는 나의 소심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버님의 부탁은 나에게 명령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으로 출발했다. 빈손으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 제과점에 들러서 평소 어머님께서 좋아하는 롤 카스텔라와 아이들이 고른 몇몇 종류의 빵을 사고 정육점에 가서는 아버님께서 즐겨 드시는 한우를 골랐다. 시부모님은 손주를 보는 순간 무척 좋아하시면서 각자 한 명씩 안고 ‘어린이집에서 잘 지냈느냐, 태권도는 힘들지 않았느냐?’ 하시며 이것저것 물으셨다.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2주 만에 보니 무척 기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느 때처럼 고기를 냉장고에 넣고 빵을 식탁에 올려놓은 다음 설거지를 하고 나서 과일을 깎고 잠깐 자리에 앉으려는데 아들이 피자를 먹고 싶다고 한다. 어머님께서는 근처에 맛있는 피자집이 있다면서 갔다 오라고 하신다. 무척 더운 날씨에 외출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성화와 어머님의 손주사랑에 더는 미루기가 힘들었다. 아들 덕분에 피자를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나는 벌써 상금으로 받은 돈 10만원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장바구니에서 뭘 빼야 하나 하고 고민에 빠졌다. 저녁은 집에 있는 반찬으로 챙겨 먹고 뒷정리를 끝낸 다음,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께서 월요일에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님께 용돈이라도 드려야 하겠는데, 얼마를 드려야 할지 순간적으로 머릿속 계산이 복잡해졌다. 10만원을 드릴까 남은 20만원을 다 드릴까,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결국은 지갑을 다 털고 귀가 길에 올랐다.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쁨 반, 아쉬움 반이었다. 나를 통해서 즐거움을 느꼈을 가족을 위해서는 기쁨이요, 계획했던 것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잠시, 마음은 곧 편안해 졌다. 인간사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하지 않던가. 어차피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하고 불편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 아닌가 싶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핸드폰을 꺼내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물건을 모두 삭제했다. 잠시 후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는 평소에는 좀체 듣기 어려운, 그러면서도 살가운 소리를 실어 수고했다며 고맙다고 한다. 나는 남편과 통화가 끝나자마자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사랑을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오로지 가족에게 무한히 퍼주기만 하는 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었다. 날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 아무것도 못해준 죄책감 때문에 엄마가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여전히 우리 딸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엄마는 왜 자기 욕심이 없고 자기 자신한테는 그렇게 인색하면서 가족에게는 하나도 아낌없이 모두 퍼주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약력] 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 회원

< 저작권자 © 서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서울자치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자치신문 주)강남신문 | 등록번호 : 서울다08085 | 등록일자 : 2008년 9월 23일 | 제호: 주간서울자치신문 | 발행인 : 유상용 | 편집인 : 유상용
발행주소 : 06153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68길 6, 5층 (삼성동, 은경빌딩) | 대표전화 : 02-511-5111~3 | 팩스 : 02-545-5466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유상용
Copyright ⓒ 2011 ON SEOUL. All rights reserved. mail to os5112@hanmail.net / os51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