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에 휩싸인 일요일밤의 전철 속

환갑을 넘긴 듯한 맹인이

알미늄 지팡이를 좌우로 휘저으며 지나간다

영락없는 저어새다

손에 든 깡통엔 동전 몇 닢,

시선을 휘젓는 지팡이는 진지하다만

일요일밤의 지하철 안은 우울한 무관심 뿐

15도쯤 좌로 기운 동선이 쇠기둥에 부딪치자

와르르 무너지는 침묵의 모래성

잠시 뭔가를 음미하려는 듯 주춤거리다가

이내 황량한 사막을 빠져나가는 저어새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는 낮은 한숨소리

망막에 남아있는 그의 영상이

고압전류로 변하여 횡격막을 지지고 있음이다

저어새는 한번 훑은 자리는 다시 훑지 않는다

되돌아보는 은혜는 사치란 말인가

무거운 짐이 돼버린 그의 허공

주머니 속 동전을 만지는 손이 자학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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