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속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강북 지역 집값이 상승하면서 빠른 추격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5년간 월세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부진하던 아파트 전세거래 비중이 4년 만에 70%를 넘어서는 등 각종 규제 및 시장 변화의 나비효과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용산구·종로구·중구 등 서울 도심권 집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5.7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강남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가 5.05% 상승한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서북부 지역인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도 4.52%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용산구(6.72%)는 누적 상승률 기준 송파구(6.19%)를 뛰어넘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로 등극했다. 마포구(6.06%), 광진구(5.19%), 중구(4.99%), 성동구(4.88%), 성북구(4.69%), 서대문구(4.67%)도 강남권 서초구(3.92%), 강남구(4.56%)를 웃돌았다. 정부 규제가 강남 지역을 주요 타깃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개발호재 지역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은 강북 지역이 반사 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구는 용산역세권과 한남동 등 도시정비에 대한 기대감, 서북권은 도심 출퇴근자를 중심으로 한 실거주 수요가 오름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강북 지역에서도 강남에 견줄 만한 고가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종로구 '경희궁자이'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공덕자이' 등이 올해 초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송파구 잠실 아파트값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랐다.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거래의 약진과 월세 감소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등록된 전·월세 거래량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비중은 2014년 이후 4년 만에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월세 거래량 총 8만9587건 중 71.6%인 6만4186건이 전세 거래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비중은 2014년 상반기 74.9%, 하반기에는 76.7%에 달했으나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월세 전환이 늘어 2016년 상반기에는 63.3%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이는 각종 규제 강화로 인해 전세를 끼고 투자한 갭투자자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전세 매물을 쏟아낸 영향으로 해석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집값이 약보합세를 유지하면서 매매 대기 수요 중 일부가 전세 수요로 전환한 것도 전세 거래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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