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신뢰와 정감을 브랜드化해야
SSM 규제만으론 회생 못 시켜

전주시 의회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조례에 따라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지난 11일 SSM이 처음 휴무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SSM이 문을 닫자 소비자들은 구매를 뒤로 미루거나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골목상권으로의 이동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대형마트도 동시에 문을 닫으면 손님이 한 명이라도 더 오지 않겠느냐는 골목상권 상인의 기대 섞인 푸념만 들린다.

사람들은 흔히 대형마트를 규제해서라도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신이 구매할 때는 재래시장을 외면한다. 이러한 말과 행동의 괴리 현상은 왜 일어날까. 심정적으로 동정이 간다 하더라도 막상 물건을 구매할 때는 자신의 이익과 편리함,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재래시장을 살릴 방안은 무엇일까. 재래시장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재래시장의 편리성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장을 가고 싶어한다.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고, 한마디로 나들이를 겸해 장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쇼핑공간이 쾌적해야 하고, 쉽게 주차할 수 있어야 하며, 산 물건을 카트에 담아 쉽게 옮겨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 있는데 호객행위, 불친절, 반품거절, 바가지, 가격흥정, 원산지 속이기 등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마음 편히 쇼핑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늘리고, 싫어하는 것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바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한다면 재래시장에는 희망이 있다.

다음으로, 재래시장에는 장점도 있다. 저렴한 신선식품처럼 가격 경쟁력이 있고, 사람들이 자주 찾는 단골 상점도 있다. 재래시장 가운데 전문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인기있는 전통시장이 있는데, 그 전통시장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다. 사람들의 믿음이 쌓인 것이 바로 브랜드라는 점에서 재래시장에 대한 신뢰가 쌓여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거의 장사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 스스로 사업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 요즘 유통업계는 복합몰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재래시장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자본을 활용해 재래시장을 복합 개발하는 것이다. 재래시장의 경쟁력있는 분야를 살리면서, 나머지 단층 구조를 복층 구조로 재개발해 새로운 여유공간을 확보하고 주차장 등 새로운 상업시설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복합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거 새마을운동 성공방식을 따라 스스로 변신하려고 노력하는 재래시장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동네 슈퍼는 점차 편의점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SSM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형유통사와 제휴해 자본화의 효율성을 받아들이고 대형 유통망의 장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을 규제해 손님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으로는 골목상권을 살릴 수 없다. 자신들의 장사를 위해 소비자를 가두는 일이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해롭다. 재래시장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것이 소비자를 이롭게 하고 유통업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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