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게 내려앉기
 
                                                                  김계식
 
 
 

 

남다른 시력과 색감에
익숙하게 써 오던 파스텔로
어울리는 나이테를 곱게 앉히려는데
심신의 고통에 턱턱 걸려 엇나간다
 
빗나간 것들 몇 개의 옹이로 내보내고
다시 다잡아보지만
마음이 안긴 고비만은 넘기기 힘이 들어
하얀 바닥을 온통 범벅치고 있다
 
굵고 진한 나이테
단번에 그려내어
수직상승한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고 싶은
과한 욕심이 도진 탓임을 깨닫고
 
물 흐름에 몸 맡긴 돌멩이로
절차를 섞바꾸지 않는 삶의 자세로
자신을 고쳐 세우기 위해
주어진 내 몫의 시공마저 가만히 내려놓는다.
 
 
 
 
 
프로필
 
시인
전주교육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시집 『사랑이 강물 되어』 외 2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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