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국 강원대학교 교수, 경제학 / 자유기업원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비해서 영세가맹점이 비싼 수수료를 내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소상공인들이 수수료율 인하를 촉구하고 나서자 국회는 그들의 요구에 화답하듯 발 빠르게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금법) 개정안을 내 놓았다. 그 핵심내용은 신용카드사가 가맹점 별로 수수료율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부로 하여금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 영세 가맹점에 대해서는 우대수수료를 정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고객들의 대출이자는 동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1.5%)보다 일반병원(2.50%)이 비싼 수수료율을 내는 것은 얼핏 보기에는 불합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수수료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수수료의 논리를 따져보면 유감스럽게도 그 같은 법개정은 온당하지도 않고 또 성공하기도 어렵다. 중소 가맹점은 건당 결제 금액이 적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어떤 업종은 연체율이 높아 돈 떼일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가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 수수료 차별금지는 은행대출이자를 신용도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하게 낮은 이자율로 받으라는 것과도 같다.
 
그럼에도 정부가 수수료를 인하하여 수수료 차등을 억제하면 카드사들의 수지가 악화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영세 가맹점과의 계약을 포기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 가맹점에 돌아간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사적 자치 억압하는 여금법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해 정작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현행 여금법 제19조 1항과 3항이 그것이다. 1항은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는 수납의무제도가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맹점은 싼 수수료를 제공하는 카드사의 카드결제를 고객에게 요구할 수 없다. 가맹점에게는 결제 받을 신용카드를 선택할 자유와 권리가 박탈되었다. 높은 수수료든 낮은 수수료든 고객이 가진 신용카드 결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같은 조 제3항은 '가맹점 수수료를 카드회원이 부담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수수료가 비싼 카드로 결제하면 값을 올려 받는 등 카드 수수료를 고려하여 판매 가격을 차별적으로 매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가격결정의 자유와 권리를 유린하고 있다.
 
가맹점들은 가맹할 카드회사를 선택할 권리도 없다. 바로 수납의무 때문이다. 그래서 카드회사들이 가맹점 모집을 위해 수수료를 인하하려는 어떤 경쟁도 할 필요가 없다. 오로지 회원모집에서만 경쟁이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왜곡된 시장구조로 가맹점들에 대한 카드회사들의 우월적 지위가 형성됨으로써 일방적인 수수료율 책정이 가능하다. 그 결과, 카드사는 회원모집에 든 비용을 포함한 비용 대부분을 가맹점 수수료에 전가하여 그 인상을 야기한다는 주장을 부정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현행 여금법은 과잉금지 원칙에도 맞지 않을 만큼 사적 자치의 원칙을 크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간과할 수 없다. 사업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을 규정한 제70조 3항도 마찬가지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했다고 하여 벌금은 물론이요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것은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물론 그 법 규정들은 거래가 투명해져서 이른바 탈세를 방지한다는 의미에서 '공평과세’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금영수증 제도의 도입으로 그 같은 자유의 제한을 위한 명분도 사라졌다. 
 
독소조항 폐지 및 사적 자치의 부활이 해법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하여 독점적 지배를 가능하게 하고, 또 수수료의 형성이 왜곡된 것은 현행 여금법의 독소조항들이라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수수료 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수수료에 대해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은 온당하지도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 정부에게 수수료 규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포기하고 그 대신에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법개정 방향이다.  
그 같은 개정법 아래에서 가맹점들은 특정 카드사의 수수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객에게 가격을 내려주는 대가로 현금지불이나 또는 수수료가 낮은 카드사의 카드결제를 제안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소비자들도 가맹점에 유리한 결제수단을 제시하고 그 대신에 가격인하를 제안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가맹점과 고객들의 자유로운 협상을 통한 결제수단의 선택은 카드사의 수수료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로써 수수료의 왜곡이 시정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수수료 문제는 결제수단을 선택할 자유의 확립이라는 의미에서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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