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연말을 맞아 강남구에선 많은 옥외행사들이 진행 중이지만 언제 이런 끔찍한 사고가 언제 다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안전대책이 미흡한 상태이다. 특히 새로운 버스킹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은 강남역이나 버스정류장이 인접해 유동인구가 많은 교대역, 선정릉역 근처의 환풍구들은 인도 주변에 위치해 ‘관람장소’나 ‘통행로’로 용도가 변질되었다. 강남구 어디서나 환풍구 관련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풍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환풍구 안전점검 및 펜스 설치, 안전한 옥외행사를 위한 조례 마련, 구민들의 의식개선의 삼위일체가 필요하다.

첫째, 환풍구의 구체적 설비기준이나 안전점검에 대한 시나 구 자체 규정마련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판교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는 작년 11월 7일 ‘환기구 설계, 시공, 유지관리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에 하달했지만, 사고 직후의 미봉책에 불과했고 지속적인 관리가 부족했다. 환풍구는 주로 건축물과 지하철 역사 근처에 설치돼있다. 서울시가 자체 집계한 환풍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환풍구 개수는 1만 8,862개였고, 부적정 환풍구는 1,318개, 미조치 환풍구는 436개나 됐다. 약 620개의 수도권 지하철 역중에 강남구를 지나는 지하철 역사가 40여개이고 거대상권과 주거지역이 다수 밀집한 특성을 고려하면 강남구 부적정, 미조치 환풍구는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예상된다. 실제로 버스정류장이 인접하고 주변에 학교가 많아 학생과 직장인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선정릉역의 환풍구는 행인과 차량들로 인해 일부 덮개가 휘어져있고 손으로도 쉽게 들어올려지고 있다. 역 일대 일부 환풍구에는 유리 보호벽이 있지만 구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안전펜스’가 없고 출입을 차단하는 경고 문구조차 붙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구조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부적정 환기구는 조치했다고 하지만 법이 통과되지 않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 구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부적정 환풍구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안전펜스 설치, 경고 문구 부착을 강제하면서 이를 위한 시나 구 자체의 규정이 마련되고 적극적인 실천력이 필요하다.

둘째, 강남구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가 필요하다. 현재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는 사고가 발생했던 성남시를 비롯해 부산, 전라북도 등 6곳의 지자체에 규정돼 있다. 많은 기업체들이 모여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구에선 다양한 옥외행사가 연중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홍대에 이어 새로운 문화 메카로 떠오르며 뮤지션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인들의 버스킹 행사 또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많은 행사들이 옥외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안전요원에 의해 통제되는 행사도 있지만 버스킹 행사 같은 경우 안전요원 없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민들의 안전한 행사 참여를 위해 조례를 통한 구의 안전관리 업무 협조를 끌어내고 참여 예상인원에 따른 구체적인 안전요원 투입 인원 지정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익광고 등을 통한 구민들의 안전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작년 10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여의나루역 인근에 위치한 환풍구 위에 우르르 올라가 판교 사고 직전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전요원들이 사람들을 끌어내려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렇듯 환풍구 인근에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는 더 높은 곳에서 상황을 보기 위해 환풍구를 발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이 많을수록 이 같은 돌출 행동은 안전요원만으로는 통제되기 어렵다. 구 차원의 구민안전교육과 공익광고 등을 통해 이러한 안전 불감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깨끗한 공기를 위해 설치된 환풍구가 비극적인 사고의 원인이 된 판교 사고처럼 안전사고의 위험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 하지만 그간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는 또 다른 사고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강제력을 갖춘 제도마련과 이를 이행하려는 구의 적극적인 자세, 구민들의 안전의식 고취를 통해 환풍기의 순기능을 살리고 구민들의 안전한 행사 관람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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