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동구청장
               고재득
 지상파의 한 TV프로그램은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남들이 마다하는 일을 맡아 ‘달인’이 되는 과정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아쉽게도 요즘산업현장에서 숙련된 달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소기업 재직자 중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9.8%에 불과하다. 성동구는 제조업 종사자 비중이 서울에서 가장 높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기술 인력이 고령화되고 있지만 신규인력 채용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청년층은 취업난이 심각하다는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는 현상이 나타난다.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빈자리를 채운다면 어떨까?’ 성동구의 일자리 정책은 이런 전제에서 출발했다. 중소기업 청년 인력난 해소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인‘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1년부터 특성화고 15개교 278명의 학생이 취업에 성공했다. 중소기업최고경영자(CEO)특강, 기업 현장체험, 찾아가는 취업컨설팅 등 학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 ‘수제화 전문인력 양성 아카데미’를 통해 청년층에 수제화 기술을 전수하고 청년 일자리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함께 개설한 청년드림 성동캠프를 통해 지속적인 멘토링도 제공했다. 

 또한 중소기업 취업 이후 오래 근무하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중소기업 경력 인증 추천제’도입을 제안한다. 제도적으로 중소기업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청년들이 대기업에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대기업 진출의 발판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중소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길러내 대기업에 추천하고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및 금융·세제 등 혜택으로 중소기업의 ‘인재유출’에 대한 우려를 줄인다.

 다행히 대학에 진학해야만 취업과 성공이 보장된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면서 고졸취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환경변화를 놓치지 말고 대기업, 중소기업, 청년구직자 모두‘윈윈’하는 고용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고졸 청년 구직자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구조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대기업은 사회경험이 풍부하고 업무능력이 검증된 우수인재를 고용하기 쉬워진다. 또한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젊은 인재의 유입이 늘어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데 드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다. 이런 변화가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고 사회 계층 간 갈등을 풀어내는 사회통합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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